[주역] 뇌풍항괘(雷風恒卦) - 항상함은 변화에 그대로 감응하는 것 /백진호/변영희 퍼옴
[주역] 뇌풍항괘(雷風恒卦) - 항상함은 변화에 그대로 감응하는 것
항은 항상함의 도입니다. 항상함은 계속해서 꾸준히 한다[恒 久也]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변함없이 도(道)에 계합(契合)함[久於其道也]을 말합니다. 도에 계합하는 것은 에고를 버리고 온 가슴으로 삶을 맞이하는 일입니다.
항(恒)이 계속해서 오래하는 것이라고 하여 마치 고정된 무엇인가를 유지하는 것이라든가, 어떤 상태에 머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도나 우리의 본성은 흐르는 물과 같아, 결코 유지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항상함은 모든 것이 쉬지 않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 그것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인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거나 어떤 생각을 하여 그것을 해석한다면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에서는 “우레와 바람이 항입니다.”라고 한 것입니다.
우레와 바람은 어떤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우레와 바람의 모습을 묘사하고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실제의 우레와 바람은 아니겠지요.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이런 변화하는 것의 본성을 본받아 도에 서서 방향을 바꾸지 않아야 합니다[君子以 立不易方].
항상함은 한 가지를 깊이 파는 것[浚恒]도 아닙니다.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깊이 궁구하기를 좋아하는 마음은 도를 공부하는 일까지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를 공부함에 있어서는 어떤 노력도 기울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육에서는 “깊이 파는 항상함이니 바르게[오래]해도 흉하니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특별한 무엇인가가 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이것이나 저것의 양극단에 머물지 않는다면[中道],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悔亡]. 왜냐하면 후회가 없는 것은 능히 중도(中道)를 오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能久中也].
변화하지 않고 고정된 것은 도가 아닙니다[天地之道 恒久而不已也]. 자연은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우리의 생각도 끊임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집니다. 단지 에고만이 결코 흘러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에고의 중요한 작용이 집착과 ‘지금-여기’에 대한 거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의 작용에 따라 움직인다면 펼쳐지는 도를 끊임없이 부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마음의 작용을 멈추어야만 합니다. 거부하는 마음의 작용을 멈추는 방법은, 삶에 대한 전적인 ‘수용’입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면 변하지 않는 본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삶에 대한 평안함도 주어집니다. 이것은 머리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의 연금술입니다. 마음을 텅 비우고 현상의 변화에 그대로 따라, 분별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고 물결이 치는 대로 떠다녀야 합니다. 이것이 도와 함께 흘러가는 것이자, 삶 그 자체가 되는 길입니다. 물론 이 길은 끝남이 없습니다[恒 久也].
[출처] [주역] 뇌풍항괘(雷風恒卦) - 항상함은 변화에 그대로 감응하는 것|작성자 백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