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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96] 동로마제국 무찌른 난민/김대식카이스트교수 뇌과학

능엄주 2018. 6. 27. 08:32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96] 동로마제국 무찌른 난민들

조선일보

김대식KAIST교수·뇌과학

동로마제국 황제 발렌스는 기원후 378년 정예군 3만명을 이끌고 아드리아노폴리스로 향한다. 2년 전 로마 영토로 들어온 고트족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황제가 이끄는 로마군과 야만인의 전투. 너무나도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트인들이 압승하고 2만명 넘는 로마 군사가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제국 최고의 귀족들과 발렌스 황제 역시 살아남지 못한다. 아드리아노폴리스 전투가 로마제국 멸망의 시작점이라고 보는 역사학자가 많은 이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트족은 사실 발렌스의 초대로 제국에 들어왔다. 기원후 4세기 침입한 훈족을 피해 고트족은 유라시아 대륙 서쪽으로 피난하다 결국 로마제국 국경선에서 멈춘다. 훈족과 제국의 국경선 사이에 갇혀버린 수십만 고트족 난민은 굶고 얼어 죽기 시작하고, 결국 황제에게 청원한다. 자기들을 받아준다면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난민 수십만 명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용감하기로 유명한 고트족 군인들이 탐났던 황제는 376년 이주를 허락하고 그들에게 식량과 돈을 보낸다. 하지만 이미 부패와 횡령으로 썩어빠진 로마 제국 아니던가? 돈과 식량은 중간에서 모두 사라져버리고 고트족 남자들은 어린 딸과 아내가 굶어 죽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분노한 그들은 맹세한다. 제국을 무너뜨리겠다고.

세상과 역사는 잔인하고 정의는 없다. 더구나 부유한 국가 국민은 대부분 본인의 노력 없이 부와 자유를 누리고, 가난한 국가 국민은 잘못 없이 고통에 시달린다. 세계 최고의 부와 자유를 누리는 유럽연합(EU) 바로 근처의 중동과 아프리카.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자신의 부와 안전을 걱정하는 유럽인들의 두려움 역시 당연하다. 사실 풀 수 없는 문제이고, 모두에게 정의로운 답이 없기에 유럽연합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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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 Z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