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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686. 주역의 괘, 산수몽/ 후암 인터넷신문

능엄주 2018. 6. 11. 21:35

[차길진의 갓모닝] 686. 주역의 괘, 산수몽

   - 일간스포츠] 입력 2018.04.10 07:00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였다. 2400여 년께, 미래의 이상향 카스터리엔에서 200여 년 전에 존재한 유리알 유희의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라는 인물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소설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 소설을 처음 접했다.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번역들로 가득 찼던 책이었기에 읽으면서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주인공 요제프 크네히트는 주역을 통달하면 우주의 이치를 알 수 있다는 희망에 중국의 현자를 찾아간다.

현자는 요제프를 제자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점을 친다. 그때 나온 주역의 괘가 바로 산수몽(山水蒙)이다. 산수몽 괘는 아래는 물(水), 위는 산(山)의 괘로 산수몽의 ‘몽(蒙)’은 풀로 지붕을 얹어 만든 음침한 집 안에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다. 풀로 집을 지었으니 집은 곧 무너질 듯 불완전하고, 음침한 집 안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 또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인다.

산수몽 괘가 나오면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으나 학문, 예술적으로 훗날 큰 성과를 볼 수 있음을 말한다. 산수몽의 현재는 불안하고 음침하며 어둡다. 그러나 이를 이겨 내고 정진하면 큰 깨달음을 얻는다. '유리알 유희'의 현자도 산수몽 괘가 나오자 요제프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요제프의 지금은 도에 입문하고자 하는 초심자나, 훗날 그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괘가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운의 괘를 뽑는다면 아마도 산수몽이 아닐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의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우리 공연에 북측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었다. 가을에는 ‘가을이 왔다’는 제목으로 남한에서 공연하자고 북측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남북이 문화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들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국운의 괘는 산수몽일까. 산수몽은 단순히 꿈에 젖어 있는 몽상가들이 자주 뽑는 괘다. 현재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으면서 훗날 대단한 것을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이 산수몽 괘를 뽑는다. 이런 괘가 나오면 절대 사업을 벌여서는 안 된다. 당장 현실적으로 이익이 급한 사람들이 산수몽 괘를 뽑으면 그 사업은 접어야 한다.

과거 만년 꼴찌였던 프로야구 구단이 있었다. 우연히 구단 관계자와 인연이 닿아서 앞으로 구단의 운명을 묻는 괘를 뽑게 됐다. 그 결과 ‘산수몽’이 나왔다. ‘아차’ 싶었다. 이 괘를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난감했다. ‘산수몽’ 괘가 나왔다는 것은 빨리 구단을 정리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본다는 뜻이었다.

산수몽 괘가 나오면 무조건 버텨야 한다. 요제프가 도에 정진했듯이, 아무리 힘들고 고된 앞날이 펼쳐지더라도 온몸으로 견디고 이겨 내야 한다. 산수몽 괘가 나오면 한동안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히 행동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버티고 이겨 내면 또 다른 수가 나올 여지가 있다.

현재 한국도 앞으로 몇 개월이 관건이다. 얼마 전 통일부 장관이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남북’을 ‘북남’이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최근 ‘수뇌부’라는 말도 자주 쓰는데,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이 말은 남측에서 공식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았다. 2018년, 통일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산수몽 괘가 말해 주는 현재와 미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출처 : 후암인터넷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