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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자마자

능엄주 2021. 6. 2. 03:15

약을 먹자마자

 

새삼스럽게 왜 가슴 복판이 폭폭 쑤시고 아프지? 누르게 되면 앗! 소리가 절로 터져나온다. 한의원에서는 견갑골 염좌, 즉 뒷차가 앞에 가는 우리 차를 박치기 할 때, 갑자기 몸이 앞으로 쓸리면서 깜짝 놀라, 충격을 받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뇌신경센타 닥터는 내가 아픈 이야기 4를 글로 써서 전하자 다른 과 협진으로 의뢰했다. 나는 그쪽으로 건너가서야 내가 심전도 검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시간 이상 지나서 심전도 검사 결과가 나왔고, 심전도는 정상이라고 했다. 견갑골 통증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D.R가 자신있게 말했다. 검사하느라고 검사비와 약처방에 따른 비용을 별도로 지출하고 시간만 오래 걸렸다. 또 하나의 검사항목을 추가한 것으로 그쳤다.

 

집에 오자 저녁 일찍 먹고 새로 타온 약을 한 봉지 먹었다. 그 약을 먹자마자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깨어나니 새벽 2시. 약을 복용했으나 마치 체한 듯이 가슴이 더 답답. 이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약이 3봉지나 되어 두 개는 빼놓고 새로 처방한 약만 먹게 되었다. 처방전을 보니 약에 대해서 모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성분이 보여 내 결정을 따랐다. 약 먹은 후에도 머리 아프고 눈 침침, 귀 먹먹, 어지러운 건 여전했다. 약을 1주일 연속 먹어봐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까.

 

점점 미로, 불확실성 대두. 이 싯점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훌륭한 의료장비가 생뚱한 병명을 지어내고 역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단 말이거든. 마치 장마 후에 없던 물줄기가 여럿 작은 시냇물을 만들 듯, 어느 물줄기를 따라가야 할지 모호해지는 것이다. 교통사고, 비록 부러지고 깨지고 피흘린 것은 아니라지만 처음 당하는 일이라 시일 꽤 경과되어도 혼란스럽다 어떻게 상황을 정리하고 대처해 나갈지 막막하다.

 

환자되고 싶은 사람 어디에 있는가. 전국 도처에 장미꽃이 지천으로 피어 황홀한 계절, 병원에나 다니며 울분을 달래기에는 나 지신 회의와 갈등이 자심하다. 무슨 일이든 하는 김에 내쳐 진행하고 마침표를 찍어야지, 속수무책으로 중단하고 보니 애석하기 보다 화가 더 난다. 나의 몰골이 혐오스럽다. 인간의 감성적 이성적 활동에, 아니 내 생업에 강제로 쐐기를 박는 형태가 아닌가.

 

모처럼 후배에게 전화했다. 우리는 C 여중 1학년때부터 60여 년 이상 교류해온 친 혈육같은 사이였다. 보통의 경우 그녀는 폰을 잘 받지 않았고, 문자나 카톡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당장 통화가 되었다. 내 심경이 착잡하고 메마른 걸 직감했던가. 그녀 목소리에 평화가, 포근함이 전해졌다. 그리고 저녁나절  '과연 서울 시내로 나가도 될까' 걱정하면서 내 몸 상태를 실험하듯 외출을 시도했다.

 

"언니! 어디 있어! 나는 벌써부터 여기서 기다렸어." 바로 100걸음도 못 되는 공원 앞에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 아이구! 오랜만이다. 잘 있었어?

우리는 코로나19로 폐칩된 공간에서 풀려나와 얼굴을 대할 수 있었고, 중요한 대화를 펼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를 만난 것만으로도 나는 진즉에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오늘 밤엔 먹자마자 미친 듯이 수면에 빠지는 약을 먹지 않고도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고양되고 있었다. 약도 병원 출입도 그만 종료되었으면~ 내 바람은 현재 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