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눈먼 큐피드의 화살/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문원퍼옴
[서초포럼] 눈먼 큐피드의 화살
파이낸셜뉴스 원문 | 뉴스줌에서 보기 |입력2021.02.09 18:04 |수정 2021.02.09 18:05 |
헬레나 : 아테네에서는 나도 그녀만큼은 예쁘다고들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람? 드미트리어스가 그리 생각해주질 않는걸. 아무 가치도 없는 비천한 것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보면 훌륭한 형태를 갖게 되거든.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거지. 그러기에 날개달린 큐피드가 장님으로 그려진 거야. 사랑의 마음은 분별심이 조금도 없어. 날개와 장님, 이거야말로 물불을 모르는 사랑의 특성을 나타낸 거지. ('한여름밤의 꿈' 1막)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밤의 꿈'은 고대 아테네의 젊은 남녀 두 쌍이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는 내용의 낭만희극이다.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드미트리어스가 헬레나의 친구인 허미아를 사랑한다며 고무신을 바꾸어 신어버렸다. 자신도 허미아만큼 충분히 예쁜데, 드미트리어스는 아무런 이유 없이 허미아에게로 마음을 바꾸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합당한 이유 없이 드미트리어스에게 사랑에 빠져 허덕대고 있음을 인정한다.
사랑의 상징인 큐피드는 날개가 있어 어디든 날아갈 수 있지만, 눈이 멀어 목표 없이 제멋대로 날아다니며 사랑의 화살을 쏘아댄다. 어느 날 팬지꽃이 우연히 눈먼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다. 그래서 팬지꽃 즙을 눈에 발라주면 그 사람은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보게 되는 대상을 무조건 사랑하게 되었다. 눈먼 큐피드의 화살로 인해 생긴 사랑의 꽃 즙이 눈을 통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바로 사랑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포근한 행복과 감동을 주는 인간의 감정이다. 사랑은 살아가는 동안 온갖 형태를 띠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랑은 실제로 눈멀게 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남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때로는 우리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진실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맹목성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미쳤다고 한다.
당신은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사랑에 빠져 미쳐본 경험이 있는가? 아니면 사랑에 빠져 누군가에게 큐피드의 화살을 쏜 적은 없는가? 이런 경험은 아마도 무미건조한 삶에서 벗어나 정열을 즐기는 뜨거운 순간이 되어 우리 삶의 소중한 활력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요즘같이 코로나 블루로 고통 받는 시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사랑의 큐피드 화살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온다. 기독교의 성(聖) 발렌타인 축일에서 비롯된 이날은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고 서로 사랑의 뜻을 확인하는 사랑찬양 기념일이다. 비록 이를 상업화하여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상술의 극성으로 인해 그 성격이 왜곡된 세태가 안타깝지만, 성 발렌타인 축일의 본뜻을 조금이나마 살려보자. 답답하고 삭막한 이 시절, 잠시나마 오랫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을 감행해보자. 먹고사느라 바빠 소원했던 친구,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일생의 은인이나 일상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따스한 안부 전화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보자.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눈먼 큐피드의 화살을 쏘아보자.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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