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외출/변영희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게 성가시더니 요 며칠은 강한 바람 때문에 그나마 이 지역 토박이 할머니의 방금 캐갖고 나온 시금치도 사러 나가지 못했다. 머리카락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바람만 불면 날아간 머리카락 수소문하러 다닐 정도인데, 그 위에 모자까지 쓰면 쓰는 종류가 안경까지 세 가지나 되어 감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에 들앉아 있는 동안 Tv 홈 쇼핑을 통해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주문해서 생활했지만 그것도 연속 먹으니 싫증이 났다.
생선이든 야채든 뭐든 싱싱한 재료 사다가 즉석에서 만들어 먹어야 제맛이지, 똑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으면 당연히 질리게 된다.
겨우내 눈같은 눈은커녕 단 하루도 눈 한 번 제대로 내리지 않고 봄을 맞이했다.이상스럽게 올봄은 추운 것 같지 않으면서도 꽤 춥다고 여겨진다. 대개 4월이면 난방을 끄고 지내도 실내애서 한기를 못 느끼고 지냈는데 올 봄은 그게 아니었다. 방안에 모셔놓은 쿠피 대가족도 고려해서 난방 온도를 적정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곧 눈부신 5월이 다가오는 4월 하순에 이르러서도 난방을 끌 수 없게 된 것이다.
나가지 않고 줄창 집에 있어보니 갑자기 나갈 일이 폭주? 글쎄 폭주까지는 아닌가? 그러나 여전히 여러 가지 볼일이 밀려 있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병원 정기 진료도 받아야 하고, 그냥 시중에서 살 수 없는 그런 약이 아닌,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도 있어 병원 나들이도 필수사항인데 코로나 극성시대를 맞이하여 어찌 마음 편히 병원을 갈 수 있을까.
이른 아침 친구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의 빛나던 젊은 시절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날렸다. 어이쿠!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을 우리가 살았다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후딱 인사동으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 인사동은 우리들이 강남 강북 어디에 주소를 두었든 서로 만나기 좋은 장소였다. 누구고 인사동 약속 장소를 거부하지 않았고, 고풍스럽지도 않고, 전통과는 거리가 있어도 친구 모두 인사동 모임을 싫어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얘들아 모이자!' 하고 내가 앞장서서 선동하면 이게 주책이나 푼수 科에 속하는 것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 같다. 좀 망설여지는 것은 다분히 코로나 때문 아닌가. 모임과 외출 자제라는 당국의 당부와 지시사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라일락도 피어나고 철쭉의 화려한 자태도, 그리고 시골사는 정자네 장독뒤에 피어난 앵두꽃도 우리를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자제와 인내가 중요한 때가 지금 아닌가.
친구야! 앵두꽃은 지더라도 언젠가는 우리 만날 수 있어 다행이지 뭐냐. 살고 있다는 건 어떤 여건에서도 축복이 아니겠니. 어설픈 논리로 외출 충동을 억제하며 카톡을 닫는다. 친구가 있어 잠시나마 행복한 아침이 되었음을 감사드린다. - 꽃우물에서 해빙(20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