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전소설·문학전집·문고본..책이 전하는 출판 100년사/연합뉴스/변영희 퍼옴
육전소설·문학전집·문고본..책이 전하는 출판 100년사
입력 2019.10.28. 15:54
삼성출판박물관 기획전 '책을 펴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36년간 일제에 빼앗긴 우리 역사 문화 그리고 말과 글을 소생시키는 데 36년이 더 걸릴 것이므로, 우리 문화를 되찾는 일을 하는 출판사업은 애국하는 길이자 민족문화의 밑거름이다."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은 위당 정인보(1893∼1950)가 해방 이후 출판사 창업을 고민한 정진숙(1912∼2008) 전 을유문화사 대표에게 했다는 말을 28일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종로구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에서 만난 김 관장은 "우리 출판사들이 처한 현실이 유리하고 좋았던 적은 사실상 없었다"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책을 펴낸 출판사들에 바치는 헌사 같은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이 언급한 기획전은 지난 1일 개막한 '책을 펴내다'. 박물관이 소장한 자료 110여점으로 근현대 출판 역사 100년을 재조명한다. 1897년 설립한 회동서관부터 1976년 창업한 한길사까지 출판사 37곳이 펴낸 귀중한 책들을 선보인다.
박물관은 국내 출판사(出版史)를 크게 세 시기로 나눴다.
제1기는 조선이 박문국(博文局)을 설치하고 신식 활자와 인쇄 기계를 도입한 1883년부터 해방 전까지다. 당시에는 인쇄소가 출판업을 겸했는데, 신문관은 책값이 6전인 '육전소설' 20여종을 펴내기도 했다.
전시에는 회동서관 외에도 한남서림, 광학서포, 박문서관, 신문관, 영창서관 등이 찍은 서적들이 나왔다.
이미영 삼성출판박물관 학예사는 "해방 이전 도서는 전근대와 근대의 과도기적 성격을 띠기도 했지만, 새로운 문화와 지식을 보급하려는 출판인들의 의욕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는 제2기에 해당한다. 지식 욕구가 폭발하면서 많은 출판사가 설립됐다. 현암사, 민중서관, 사상계사, 현대문학사, 일지사 등이 이 시기에 출판을 시작했다.
마지막 제3기는 박물관이 한국 출판의 사실상 뿌리가 되는 시기로 규정한 1960∼1970년대. 각종 문학 전집이 경쟁적으로 출간됐고, 저렴하면서도 크기가 작은 문고본이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 주요 출판사로 성장한 민음사, 창작과비평사, 지식산업사, 문학과지성사, 한길사가 태동하기도 했다.
박물관은 기획전 도록에서 출판사를 독서 문화의 추뉴(樞紐), 즉 축과 중심에 비유하면서 "근현대 출판의 다양한 풍경을 출판사별로 조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
psh59@yna.co.kr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