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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A 공항에서 만난 소녀

능엄주 2015. 4. 13. 08:41

 

 

마음은 매우 평온한 상태였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데 대한 공포감이나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오랫동안 병치레하고 게다가 대학원 리포트 쓰느라 너무나 지쳐서인지,

또는 그야말로 무슨 배짱인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은 평화를 한껏 누리면서 LA 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기내에서 주는 식사도 비교적 잘 먹었다.

 

다음 비행시간까지는 시간이 넉넉했다.

나는 공항 구내를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그림엽서도 샀고, 먹을 것과 음료수도 샀다.

그리고 한 소녀를 만났다.열 살쯤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녀, 소녀는 어머니와 동행이었는데 그의 어머니 역시 미인이면서 인상이 좋았다.

첫인상이 우아하고 교양 있고 지적으로 보였다.

 

우리는 손짓 발짓 다 하면서 곧 친구가 되었다.

엘살바도르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그 예쁜 소녀는 내가 꼬레아에서 왔다하니 이내 알아듣는 눈치였다.

소녀는 나에게 제 손목에 차고 있던 오색의 팔찌를 주었다.

작은 거북이가 네 마리 있는 깜찍한 문양으로 네 팔목에도 썩 잘 어울렸다.

 

나는 소녀에게 공항 매점에서 산 초콜릿을 주었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그들 모녀를 만난 것은 어쩌면 이번 창작여행에 있어서 행운의 조짐 같았다.

나는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볼이 발간 귀여운 엘살바도르 소녀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LA 공항의 첫 발은 그들 모녀를 만남으로 기쁨이고 축복이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공연한 그리움을 키우며 타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침착하게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