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장맛과 새마을회관 국간장/고양 변영희글
어머니의 장맛과 새마을회관 국 간장/변영희글
이른 아침 홀연히 날아온 친구의 문자 메시지.
"고양 새마을회관에서 생산한 국 간장으로 콩나물국 끓이고 시금치나물 무쳐 먹고 힘내라!"
이어서 "이것이야 말로 보약이고 궁궐 밥상!!"
웃음이 절로 나는 내용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집 밥상에 요즘 꾸준히 나물 반찬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물론 새마을회관에서 사온 국 간장으로 무쳐내는 쑥갓나물, 야생미나리 무침, 상추겉절이, 도라지 생채, 오이 무침 등등.
푸른 6월 답게 밥상은 온통 초원의 빛으로 채워졌다.
고양 새마을회관의 국 간장은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린 어머니의 장맛을 상기시켜준다.
어머니의 손 맛, 어머니가 무쳐내고 끓여주던 국맛, 나물 맛의 순수한 향기가 온 집안을 떠돌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어머니의 장맛은 곧 지극한 그리움이고 어머니의 가족을 향한 지고한 사랑과 정성에 다름 아니다.
이 아침 몇 줄의 문자 메시지가 불현듯 어머니의 장맛을 생각나게 하고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그래! 까짓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새마을회관의 맛난 국 간장으로 얼큰하게 콩나물국을 끓여먹고 감기쯤은 툭툭 털고 일어나자' 고 다짐한다.
마침 오늘은 현충일이 아닌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 친구를 불러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라도 가볼 것인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단 몇 시간이라도 나라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이불을 잘라 긴급 제조한 솜모자를 둘러쓰고, 진눈개비 맞으며 겨울 피난지에서 집으로 복귀, 동서사방에서 몰려든 피난민들과 함께 어머니가 담근 간장만으로 설익은 밥을 퍼먹던 애뜻한 추억 한 토막 회상하는 날이어도 괜찮을 듯싶다.
어머니의 장맛을 닮은 고양 새마을회관의 간장 맛이 궁색한 그 시절, 우리 집에 모여 살았던 북에서 온 피난민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간장 맛은 그냥 간장 맛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맛이고 추억의 엣센스다.
어제 밤 꿈에 어머니가 오셨다. 어머니는 우리들의 국 간장 예찬을 미리 예견이라도 하셨던 것일까.
출처 ; naver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