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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의 내 인생의 책]④1984 - 조지 오웰/경향신문/이진숙 미술평론가 /변영희 옮김

능엄주 2019. 2. 27. 23:16

[이진숙의 내 인생의 책]④1984 - 조지 오웰

거꾸로 읽어보자

희망보다는 우려 속에서 시작되었던 21세기는 어떻게 끝날까? 인류는 집단으로 미래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영화나 소설에서는 예외 없이 미래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발전하고 있는 과학은 왜 인류를 안심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킬까? 답을 찾고 싶어 다시 꺼내 읽은 책들 중 하나가 암울한 미래 예측서 원조격인 조지 오웰의 <1984>였다.

이 책의 고전적인 가치는 미래사회에 대한 조급한 예측이 아니라, 인간성을 파괴하는 나쁜 사회의 조건에 대한 탁월한 성찰에 있다. 빅브러더가 통치하는 사회에서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구호가 외쳐진다. 적국과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내부통치의 입막음용 전쟁이 권장된다. 언어가 획일화되고, 역사는 조작된다. 단순한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중립지대는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거친 말을 퍼붓는 증오의 사회가 된다. 빅브러더는 이렇게 스크린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파멸된 인간성 안에 기생하게 됨으로써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조지 오웰이 제시하는 나쁜 사회를 뒤집으면, 좋은 사회의 조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지 오웰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어디까지 인간인가?” 감옥에 갇히고 모진 고문에도 주인공 윈스턴이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줄리아에 대한 사랑을 지킨다는 자기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스스로 훼손시킴으로써 자기 모멸감에 빠진 윈스턴은 이제 자유도, 새로운 지식도 원하지 않는다. 빅브러더가 사랑하는 것은 사유의 능력도 없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껍데기만 남은 인간들이었다. 평생을 ‘전체주의’와 싸워온 휴머니즘 투사였던 조지 오웰은 ‘깨어 있는 개인’들이 자신의 책을 거꾸로 읽어주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진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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