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며 - 서광스님의 치유하는 마음여행 내 영혼 꾸미기 / 명문(名文)박경일 기자
쉬어 가며 - 서광스님의 치유하는 마음여행 내 영혼 꾸미기 / 명문(名文) -2017.05.03. 00:00
서광스님의 치유하는 마음여행
“‘나를 인정해 달라’ 앞서 스스로를 존중해야 진정한 自尊感”
자존감은 타인과 비교하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고 사랑하는지에 달려 있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사지의 미륵불은 몸체는 비례가 맞지 않지만 자애로운 표정으로 충만하다.
명상과 자존감 上
우리는 지금까지 명상의 기본과 핵심이 되는 몇 가지 기법들과 실습방법에 대해서 공부해 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명상심리학의 관점에서 접근해봄으로써 명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의 건강한 만남, 그리고 관계 맺기와 관점의 전환을 배우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 가장 인정받기 어려운 상대
인간관계에서 우리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마음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자존감(self-esteem)입니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주관적이고 정서적으로 평가해 판단하고 믿는 태도입니다. 자존감은 우리가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고 사랑하는지, 또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자존감이 매우 높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건 의식수준에서의 우리의 착각일 뿐, 우리의 무의식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끊임없이 우리의 능력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며, 우리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흔들리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인정받고 사랑받기 어려운 상대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뜻대로 안 되니까 우리는 타자들과 세상을 향해서 날 인정해 달라고, 존중해 주고 사랑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 자존감과 대인관계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니 과거에 친했던 벗들과 거리감이 느껴져, 어느 날 벗들과 스승인 무학대사를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고 합니다. 분위기를 좀 띄워 볼 마음에 스승인 무학대사를 향해 ‘스님은 인상이 돼지상’이라고 말해 청중을 웃겼습니다. 그런데 무학대사가 ‘임금님은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정중하게 말해 분위기는 다시 심각해졌습니다. 그러자 이성계가 투정을 부리듯 재미로 농담한 건데 어찌 진담으로 들으시냐고 섭섭해하니, 무학대사 왈,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이지요”라고 제대로 응수하는 농담으로 청중을 웃겼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심리치료에서 대표적인 방어기제의 하나인 ‘투사’(投射·projection)를 재미있고 쉽게 예시해 주는 장면입니다. 상대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는 무학대사에게서 우리는 범상치 않은 자존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자를 진실로 존중하고 사랑할 줄 모릅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타자를 존중하고 배려를 잘 합니다. 자존감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대인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갑질’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이나 타자를 학대하는 사람들 역시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항상 자기비난과 자기무시가 작용하고 있고, 사랑과 인정에 대한 갈망으로 경쟁, 질투, 분노 등 끝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내면에는 상대를 배려할 공간이 없습니다.
# 진정한 자존감은…
우리는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서 사랑과 인정을 갈구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인정해 주거나 치켜세워 주면 아낌없이 돈지갑을 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타자의 인정과 칭찬이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진짜가 아닙니다. 진정한 자존감은 우리가 스스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할 때 가능합니다. 타자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해서 아무리 학력, 지위, 돈, 외모 등을 좇아 신경증적인 욕구를 발달시키고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노력해도 종국에는 허무와 공허감만 더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삶의 만족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우리 자신, 그리고 주변과 대화하고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과 세상을 사랑할 때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자존감엔 문제가 있다’ 했습니다. 보통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타자와 비교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성공을 조건으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높은 자존감을 가지려면 남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평균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만일 그러한 심리학적 기준을 따른다면 우리는 실패나 개인적인 약점 앞에서 항상 자존감이 낮아야 할 뿐만 아니라, 비교 대상에 따라서 자존감은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명상과 자존감
명상이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예스”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명상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좋거나 나쁘다는 평가를 수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을 수용하는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기연민 명상은 우리를 타자와 비교하는 대신 사회적인 유대감을 배양하도록 돕고, 우리가 실패했을 때에도 비난 대신에 우리 자신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포용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출처] 쉬어 가며 - 서광스님의 치유하는 마음여행|작성자 조정웅의 뒤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