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아! /변영희
그리운 사람아!
중병이 아니고서야 나 언제 이런 곳엘 와 볼 수 있을까.
나 언제 나무 결에 윤이 흐르는 대청 마루에 걸터앉아 따순 햇살 쪼여 보겠나.
나 언제 청매화 홍매화가 방긋방긋 피어나는 삼삼森森한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본 적 있었던가.
나 언제 이처럼 하늘과 땅이 가없이 펼쳐진 광활한 시공속에서 자신을 몽땅 비우고 풍요로운 시간 누려보겠나.
집을 떠나와 한 점 먼지 같은 내 인생 여정을 돌아보며 반성과 회오에 젖어볼 수 있겠는가.
모두가 기적이고 감사이고 의외의 횡재한 기분이라!
일상에 밀착한 번뇌 망상 다 내려놓고 유유자적 무등산 자락을 넘어오는 청량한 바람을 체감해 볼 수 있겠는가.
나 언제 쑥을 캐느라 맵찬바람 맞아가며 들판에 나선 본 일 있었던가!
대자연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며 치유의 女神임을 깨달았더라.
아! 그러나 안타까운 일.
은우恩佑의 건강이었어라! 무자비한 항암제와 방사선이 이미 정도를 넘었음이라!
암이라는 강적을 칼, 창, 각종 무기를 동원하여 물리적으로 공격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름이러라.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두었더라면 한 생명이 저리 처참하게, 저리 신속하게 스러지지는 않았을 것을,
자기 몸에 의사가 있는 줄 모른 채, 자연을 거스려 병원이라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겁없이 뛰어 들어간 결과 아닌가.
꽃샘 바람에 시린 손 호호 불며 쑥을 캐다가 우리는 율무밭 고랑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드렸지. .
이제는 가고 없는 사람아! 내 어찌 그날을 잊을까. 내 어찌 너를 잊을까.
너의 보물이던 두 녀석을 지상에 남겨 두고 너는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가.
세월 지나갈수록 더욱 사무치는 사람아!
2013년 봄을 회상하며/전라도 화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