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화산여괘(火山旅卦) -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백진호/변영희옮김
[주역] 화산여괘(火山旅卦) -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旅는 삶의 도, 즉 여행의 도입니다. 진정한 여행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항상 밖으로 어딘가를 찾아 나서고, 또 무엇인가 중요한 존재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밖을 향하는 여행은 자신을 알기 위한 갈증의 산물이기에 조금은 형통합니다[旅 小亨]. 그러나 여행은 바르게 해야지만 길합니다[旅貞 吉]. ‘여행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反求諸己, 回光返照]이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보물[神, 眞理]은 자기 내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내면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자신의 내면은, 우리가 마음을 내외(內外)로 나눌 때 생겨납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는 안이라든가 밖이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心無內外]. 왜냐하면 이것과 저것이라는 차별이 없는 만물일체(萬物一體)가 곧 우리의 본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되려는 모든 노력이 내려지고 외부로 향한 여행의 시도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자신(의 내면)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가 이미 매순간 ‘지금-여기’를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삶이 그대로 여행[生卽旅]’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은 달리 말해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을 찾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나를 찾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깨달으려는 생각[마음]이 있는 한, 내가 부족하다고 믿는 한, 내가 더 나은 무엇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한, 우리는 결코 도에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코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합니다. 특히 도를 찾아 나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겪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일을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찾아 헤맨 깨달음의 체험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체험이든 아니면 나쁜 체험이든, 머물 수 있는 것이거나, 자기의 바깥에서 들어온 것[止而麗乎明]이거나, 아니면 얻을 수 있는 어떤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자기[도, 깨달음, 본성]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본성은 증가하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겨난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구사에서 “여행 중 어떤 곳이나 상황에서 경계를 얻었으나, 나의 마음은 유쾌하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니어서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마음이 유쾌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어떤 체험이 오더라도 가볍게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육오에서 “꿩을 쏘아, 화살 한 개를 잃으니 마침내 명예로써 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화살 한 개를 잃었다.’는 말은 생각과의 동일시가 사라지는 체험을 말하는 것이니, 그 경험에 안주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명예로써 도와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든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의 길, 즉 삶의 길은 자신의 사상․주의․관념 등을 끊임없이 내려놓는 길입니다. 도는 얻을 것이 없습니다. 도조차 얻을 것이 없는데, 도가 아닌 것은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삶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모든 것은 집착하지 않고 흘려보내야 합니다.
[출처] [주역] 화산여괘(火山旅卦) -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작성자 백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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