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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다섯 번 돌고 온 새처럼/박신열

능엄주 2014. 5. 8. 06:58

 

변영희 선생님,
신열입니다. 선생님의 이번 수필집엔 부족한 제 글과 시가 담겨 있네요. 
마음을 나누던 글들이라 반갑습니다. 
고요하지 못한 마음을 달래는 글쓰기라고 책 서문에 말씀하셨지만
다섯번째 수필집을 세상에 선물하는 동안 지구를 다섯번 돌고 온 새처럼
푸른 세상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풀잎향기의 문장과 무공해 마음인 선생님 내면 여행에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건강은 문장 읽는 내내 걱정이었지요.

 

<물고구마의 환상>에선 채혈실 밖으로 나오신 선생님이  
교도소 친구들을 면회갔을  때, 드셨던 물고구마의 진한 단맛과 달콤한 잠을 형상화하셨네요.

 

<인사동 투어>에선 어머니란 이름의 무한 노동력의 현대적 해석을 현실적으로 그렸습니다.
대부분 여류소설가들은 자식과 관계가 좋지 못한데,
변선생님은 자녀들의 사랑을 받고 계시니 제가 존경합니다.
한결같은 어머니, 아들들의 연인, 며느리의 엄마, 딸의 친구이신
선생님에게 저는 인생을 수업받는 제자입니다.

 

<쥐똥나무 꽃>은 전원적인 수필이었습니다.
아파트 쥐똥나무 향기는 상상도 못했지요.
아카시아, 라일락, 넝쿨 장미의 향기가 공해로 미미해질 때,
순한 쥐똥나무 향기는 어떤 사람의 향기라고 표현하셨지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도 한 우정이 부럽네요.

 

<한 친구>는 선생님이 작품도 많이 쓰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질투했지만,
선생님은 우리 건강 관리 잘 하면서 열심히 살자고 격려하십니다.
베스트셀러작가 답지 않은 겸손과 인격이지요.
늘 약자의 마음을 안아주십니다. 서민의 생각을 공감하시고 고민하시니 글에선 향기가 납니다.
작가의 오만도 지성의 도도함도 없으신 선생님을 제 마음의 정원에 들꽃으로 모십니다.

 

<기도의 참뜻>에선 인간의 연약함을 토로하셨네요.

 

<어떤 날>은 집에서 쉬고 싶지만 기도의 참뜻은 내 욕심대로가 아닌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정의하십니다.
하늘의 뜻은 문학이고, 인생이고, 사람이지요.

 

선생님의 수필 <장마>에서 38살 며느리를 위암에서 살릴 수 있다면,
비가 철철 매일 쏟아져도 좋다며 자연의 품에 기대어도 봅니다.
사람이 줄 수 없는 위로, 넉넉한 자연의 품에서 자유를 만끽하시는 선생님이십니다.

 

<경이로운 글을 읽다>에선 의사의 인성을 의심하던 시절,
소중한 의사 한 분이 서울 하늘 함께 있다고 하시니
의사 동생을 가진 저도 그 분이 궁금했습니다.
치과의사인 제 동생은 인성이 부족하거든요. 의사가 아니던 시절의 동생이 그립답니다. 

 

수필, <마음잡기>는 바보가 되는 것이 편하다는 선생님의 독설이 슬펐습니다.
고달픈 세월이 왜 계속되는지, 선생님 문학에게 질문을 하고, 문학에게 답을 받습니다.
그냥 밖으로는 노트를 사러 외출하신 선생님의 모습이 조촐하게 그려집니다.
내 마음 내가 달랜다 하시니 저도 오늘은 노트를 한 권 사러 문방구로 외출을 해야겠습니다.

 

수필 <갈등>에선, 우물주물 좋은 시절 인연 다 놓치고,
어린시절 깊은 영혼의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하셨지요.
그럼에도 내 인생 내가 주인공이라는 작가 의식이 분명해서 흐뭇합니다.

 

<대기>에선 며느리 목숨이 한계에 이른 것인지, 걱정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서글퍼집니다.
암세포가 원자폭탄보다 무섭다는 말씀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거짓말> 너는 살 수 있어. 너는 암을 앓았지만 피가 깨끗하잖아.
8살 동윤이가 엄마 빨리 나아서 운동회 와달라고 조르잖니....

 

죽음이 널 그렇게 쉽게 덮칠 줄은 몰랐어.
은우야! 하늘나라에선 위암따윈 앓지 말고 씩씩하게 살길 바래.

 

<설날 전후> 며느리 제사상을 차린 첫번째 설날의 슬픔은 세월이 가면 잊혀질 겁니다.
슬픔은 문학의 자양분이고, 작품은 세상을 치유하는 힘입니다. 

 

<나에게 문학은 친구> 선생님의 문학은 한번도 선생님을 배반한 적 없다는 작가의 고백을 하셨네요.
선생님 인생 자체가 문학이고 작품입니다.             
영원히 작가이신 변영희 선생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곁에서 늘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겠습니다.
선생님 문학의 깊고 넓은 세계를 말입니다. 

 

 - 소설가 박신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