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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멕시코리아(Mexicorea)/박창억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능엄주 2018. 6. 30. 00:00

[설왕설래] 멕시코리아(Mexicorea)

세계일보

북미 묵서가(墨西哥·멕시코)는 미합중국과 이웃한 문명 부강국이니, 수토가 아주 좋고 기후도 따뜻하며 나쁜 병질이 없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바이다. (중략) 근년에 일, 청 양국인이 단신 혹은 가족과 함께 건너가 이득을 본 자가 많으니, 한국인도 그곳에 가면 반드시 큰 이득을 볼 것이다.”

1904년 12월17일부터 이듬해 1월13일까지 ‘황성신문’에 게재된 멕시코 한인 이민자 모집광고 내용의 일부다. 이 광고를 보고 이민을 신청한 1031명이 1905년 4월 제물포항에서 멕시코행 배를 탔다. 이들은 4년만 일하면 큰돈을 벌어 금의환향할 수 있다는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두 달 뒤 도착한 멕시코에서는 애니깽 농장의 노예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과 멕시코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지만 이후 양국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6·25전쟁 당시 멕시코는 구호물자를 보내 한국을 도왔고, 현재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의 교역 상대국이다. 멕시코는 중남미 한류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도 국제무대에서 멕시코와 여러 번 만났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첫 경기에서 멕시코와 맞붙었을 때는 하석주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3분 만에 백태클로 퇴장, 1대3으로 역전패했다. 당시 멕시코 대표팀에는 등번호 11번의 공격수 콰우테모크 블랑코가 있었는데 속칭 ‘개구리 점프’라는 개인기로 한국 수비를 공략했다. 스페인어로 ‘콰우테미냐’라는 고유 명칭까지 얻은 ‘개구리 점프’는 발 사이에 공을 낀 채로 몸을 띄우는 기술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은 덕에 16강에 진출한 멕시코가 한국을 “형제”라고 부르고 있다. 멕시코시티 한국대사관에는 1000여명이 몰려들어 “오늘은 우리 모두 한국인”이라고 외쳤다. 대사관 직원을 목말 태우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멕시코와 한국을 합친 스페인어 ‘멕시코리아(Mexicorea)’ 해시태그(#)를 단 글이 수십건 올라왔다. 멕시코인들이 한국에 환호하는 게 더없이 고맙고 반갑다. 그래도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겼으면 한국도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박창억 논설위원

이 기사의 주소http://news.zum.com/articles/46073886
출처 : 뉴스 Z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