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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이런 대로

능엄주 2016. 6. 7. 18:27

꾸물거리다가 6월 서울시 문학기행 참가 신청을 하지 못했다.

애초 혼자 갈 생각으로 메일 받자마자 신청했으면 갈 수 있었는데

누구 누구를 함께 데리고 간다고 전화하고 메일 보내고, 그 전화와 메일에 답이 없어 며칠 지체하는 동안 그만

기회를 놓쳐버렸다.

9일이면 리포트도 거의 끝나 시간 여유가 생기는데 아쉽다.

나 혼자서 어디를 떠나본다고 해도 그처럼 기가 펄펄 살아서 움직일 수가 있을까.

친절한 안내와 설명. 비용도 차편도 모두 양호한 모임 아닌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나는 북촌이며 시인의 생가 문학공원 등을 돌아보며 배우고 보고 느끼는 것도 많았는데 

이번에 나는 좀 어설프다. 

실속을 못 차린다.

함께 갈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게 예상대로 맞아떨어지지 않고 번번이 수고가 든다.

굳이 동행이 필요한 행사도 아니지 않는가.

다음부터는 누구 누구 찾지도 말고 기다리지도 말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시인의 숨결이 전해지는 숲길에서 시민과 문인 친구들과 얼마나 유익한 시간인가.

나는 그동안 몹시 지쳐 있고, 날마다 어깨가 아프도록 자판을 두들기며 억수로 고생 했는데 그만한 나들이,

그만한 열락이 다행한 일 아니었던가. 이 여름 더 멀리 호화롭게

떠나는 사람들도 많은 터에.

아, 어쩌랴!

부설거사 팔죽시를 음미하고, 동자 스님을 보면서 마음을 놓아라.

기회는 더  있다. 아직 6월이니까. 


이런 대로 저런 대로 되어가는 대로           此竹彼竹化去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 대로 살고          粥粥飯飯生此竹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 대로 보고  是是非非看彼竹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 대로                     賓客接待家勢竹

시정물건 사고 파는 것은 시세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세상 만사 내맘대로 되지 않아도               萬事不如吾心竹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지내세            然然然世過然竹  (浮雪居士 八竹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