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새 자전거

능엄주 2016. 4. 23. 21:17

외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창밖이 많이 시끄러웠다.

크게 다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쩌다 큰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평소에는 별로 동네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던 일이어서 나는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대강 옷을 주어입고 밖으로 나갔다.

못보던 아이들 3명과 함께 뜻밖에도 우리집 작은녀석이 있었다.

아들네 집은 우리 단지하고는 몇 블럭 떨어져 있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여기까지 올 일이 없다고 여겼는데 아마도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좀 멀리 원정 온 것인지도 몰랐다.

전부 4명의 어린이들은 자전거에 올라 앉은 채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내 자전거는 00만원이야! 우리 아빠가 새로 사왔어!"

제 몸집보다 훨씬  큰,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있던 우리집 손자녀석이 말했다.

"피이! 내 자전거는 더 비싸단 말이야. 임마! 니꺼 하곤 게임도 안돼!"

계집애처럼 예쁘게 생긴 아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야아! 너 내려! 내가 타볼 거야! 빨리 내려!"

4명의 어린이들 중에 가장 등치가 큰 아이였다. 그 아이는 등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아용 자전거에 상체를 구부리고 앉아서

우리집 손자를 보고 자전거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

나는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손자는 내가 지켜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안 돼! 우리 형도 안돼! 우리 아빠가 자기 물건을 남에게 주지 말라고 했어. 아빠한테 야단 맞는단 말야!"

손자녀석은 단호했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모양이어서 나는 곧 내 볼일을 보러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얘! 漢珠야! 내가 보고 들은바로는 조금 안심이 안된다. 그 녀석 자전거 쓸만 하던데 또 새것을 사주어서 애들끼리 시비가 있는 것 같아."

나는 딸에게 전화하여 넌지시 현황을 알렸다.

작은녀석이 자전거 타기를 중단하고 속히 집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내가 말하기 보다는 고모의 말을 더 잘 듣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손자녀석들은 자주 영화관이며 놀이공원을 데려가는 고모를 저들 아빠 다음으로 매우 잘 따랐다.

녀석들 엄마가 하늘 나라로 떠난  그해 여름 이후 아들은 행여나 남에게 뒤쳐질까, 기 죽을까 싶어서 녀석들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제일 좋은 것으로 잘 사주는 것 같았다.

사주는 것 뿐 아니라 토요, 일요일이면 야외로 바다로 아이들을 데리고 몸살나게 놀러나간다. 새 자전거도 그런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날 저녁 작은 녀석은 고모의 전화를 받고 이내 집으로 들어왔다고 하던가.

우리 가족 모두는 손자녀석들을 위해 걱정을 다소 지나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결코 단순한 노파심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