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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있는 이야기] 뭣이 중헌디!/ 신선미(가톨릭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 /변영희옮김

능엄주 2020. 4. 14. 19:38

[빛깔 있는 이야기]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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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은 대학 학보사 편집장까지 했던 나름의 인재다. 그런 그가 성 착취 동영상을 만들고, 사이버 공간을 누비며 온갖 불법적인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미성년자에게 ‘성노예’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성을 착취한 것이다. 인간의 성은 가장 내밀한 부분이며, 가장 상처 입기 쉬운 영역이다. 수치심과 관련이 있어서 성적 유린을 당한 사람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낸다. 나이가 어릴수록 자아가 약하고 뇌의 발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상처는 깊어 일생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크다.

상담자로서 반인륜적 행위를 하는 인격 파탄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볼 때, 가정과 사회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물질적 성공이 곧 행복이란 신념을 가진 기성세대들이 삶에 올인할 때, 정서적으로 방치된 아이들의 인격은 비뚤어졌다.

공부를 잘해 대학을 나오고 돈을 많이 번다 해도 부도덕한 사람의 인성은 저급하며, 인간의 참된 본성과 멀어진 삶은 분열적이다. 외적으로 화려할지는 모르나 내적으로는 자기 소외의 공허를 만들어서, 그들의 자아가 돈·성·물질 중독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들은 또한 인간 행복의 열쇠인 진실한 관계 맺기 능력의 부족으로 지독한 외로움을 겪는다. 성장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확인받는 것이 건강한 인격 발달의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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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는 모 방송사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 진을 차지한 임영웅이란 가수가 부른 노래 제목이다. 마지막 결선에서 그가 열창하고 있을 때,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방청석에서 든 피켓엔 ‘뭣이 중헌디, 우리 영웅이가 최고지!’라고 적혀 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바로 저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자로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열등감에 시달리고 자존감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접하면서 깨닫는 바가 있다.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갈망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뭣이 중헌디, 우리 ○○가 최고지!’라는 마음을 느끼며 사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깊은 갈망은 물질, 학력, 외모, 권력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물질, 외모, 지식, 권력으로 채우려 한다.

임영웅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얼굴이 담벼락 유리 조각에 찍혔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해 흉터가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무명 시절 생활고로 추운 겨울 군고구마를 팔기도 했다. 그는 가난으로 생활고를 겪는데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고, 떳떳하게 자기 삶을 사는 진실한 사람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의 노래에는 삶의 역경을 헤쳐온 서사가 있어 깊은 울림이 있다. 그의 뒤에는 ‘뭣이 중헌디, 니가 최고지!’ 하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었다.

신선미(가톨릭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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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 ZUM(살맛나는 기사. 감사합니다)